공릉동 마을 브랜드 ‘불도깨비 소스’ 탄생

202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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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평회 “맛있는 매운맛” 평가

도깨비시장 발주, 로컬랩 브랜딩

팥메주 넣어 도깨비 이야기 완성 

옛이야기 속 도깨비들은 팥이라면 질색한다. 하지만 공릉동 도깨비시장에 출몰하는 꽁릉이는 유달리 팥을 좋아한다. 특히 ‘팥메주’에 반해 그 맛을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싶었다. 팥메주 넣은 ‘불도깨비 소스’ 나와라, 뚝딱! 팥에 쫓긴 귀신처럼 깜짝 놀랄, 도깨비시장만의 매콤달콤 소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소스 품평회 성황 이루어

공릉동도깨비시장이 불도깨비 소스를 개발하고 지난 5일 로컬컨시어지에서 품평회를 열었다. 이날 품평회에는 시장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대거 참석해 소스를 맛보고 제품 출시를 자축했다.

 소스를 맛본 주민들은 “맛있는 매운 맛이다” “처음엔 얼얼하지만 뒷맛이 개운하다” “텁텁하지 않고 신선한 느낌이다” “불도깨비라고 해서 무서웠는데 울만큼 맵지는 않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겠다” 등의 품평을 내놓았다.

 병입되어 진열된 소스를 처음 본 상인들은 “만든다는 얘길 들으면서도 막연한 느낌이었는데, 진짜 우리 동네 소스가 생겼다”면서 감동과 기쁨을 표했다. 상인들은 이어 소스의 맛을 직접 보고는 “깨비닭과 협업 필수다” “닭강정에 딱이겠다” “어묵에도 어울리네” “소분해서 튜브에 담으면 좋겠다” 등 시장에서 활용할만한 소스 레시피와 제품 관련 아이디어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스토리가 담긴 공릉동 만의 상품

수년 전부터 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 염원을 지니고 있던 도깨비시장은 2021년에 드디어 기획에 착수하고 2022년 7월부터 시장조사, 소스 개발, 상품화를 거쳐 10월에 드디어 상품을 출시했다. 초도 분량은 200g들이 500병이다. 

‘불도깨비 소스’는 ‘팥메주’를 넣어 만든 독특한 제품으로 프라이드 치킨, 닭강정, 족발, 어묵뿐만 아니라 황태나 오징어포, 진미채 등에도 잘 어울리는 알싸한 맛이다. 

‘팥메주’는 1766년 유중림의 ‘증보산림경제’를 기반으로 충북 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이 재현에 성공해 2019년 송영희가 특허를 이전받은 전통식품이다. 팥메주는 콩메주보다 달고 발효도 빠르고 항산화·항균 효능의 폴리페놀 함량도 높다. 팥은 신장 건강과 피로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도깨비시장은 ESG경영의 일환인 도농협업 프로젝트로 송영희전통담금과 MOU를 체결하고 이를 소스에 담아내는 동시에 팥을 좋아하는 도깨비라는 역발상을 통해 독특한 스토리를 구성해냈다.

 팥메주를 활용해 매운 소스를 제작한 사례는 공릉동 불도깨비 소스가 최초다.

 

시장과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들다

 ‘마을상품 개발’은 오래전부터 공릉동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논의돼왔다. 이런 논의가 확산하면서 노원문화원과 마을 수공예 작가 등을 중심으로 ‘공릉’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굿즈가 개발돼 마을 책방 등에서 팔리고 있지만 아직 관심을 끌고 있지는 못하다.

 불도깨비 소스는 발주를 비롯해 기획과 생산, 홍보와 마케팅까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어 마을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이템은 시장 육성사업단에서 선정했다. 로컬브랜드 상품으로는 공릉동 모양을 닮은 붕어빵이나 공릉동 쿠키 같은 것도 물망에 올랐으나, 사업단은 단순판매보다 활용성까지 고려해 소스로 최종 선정했다. 임병수 사업단장은 기획과 시장조사 단계를 거쳐 실질적 개발과정에서 식품 관련 까다로운 요구 조건들 때문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으나 마을과의 협업으로 이를 타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소스의 브랜딩, 기획, 마케팅 등 생산 전반은 ‘㈜로컬랩커뮤니티’(대표 김동환, 이하 로컬랩)이 총괄했다. 로컬랩은 지역 상생 문제에 관심이 많은 노원지역 청년기업이다.

 소스 개발은 ‘쉐프코리아’(대표 김왕석)가 맡았다. 쉐프코리아는 과기대 인근에서 루이스버거와 리틀파스타로 성업 중이며 요식업 컨설팅 업체다. 김왕석 대표는 조선호텔 주방장 17년 경력을 갖고 있다.

소스 개발에는 시장 상인들도 적극 참여했다. 블라인드 테스트, 소스 배합 연구와 피드백을 비롯한 개발과정에 시장 내 영양사와 요리·식품 관련 기능장 등 전문가 상인들의 역할이 주효했다.


맛과 향을 차별화하다

 김왕석 쉐프코리아 대표는 “맛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길들여진 입맛의 소스들로부터 맛과 향에서부터 차별화하기 위해 시중에서 주로 사용하는 재료들 대신 원재료부터 엄선해 사용했다”며 “캡사이신 대신 원재료인 천연 캡시컴으로 맵기를 조절하고 드라이 바질로 향을 잡고, 물엿 대신 설탕으로 달콤함을 더했다”고 말했다. 이어 “팥메주 스토리를 담아내면서 까다로운 MZ세대 입맛까지 고려해 맵기와 향 조절에 꼼꼼하게 공을 들였다”며 “마을 일에 참여하게 되어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발의 진행을 맡은 지성관 쉐프코리아 본부장은 “전통식품을 소스에 녹여내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했다”며 “100도 이하에서 서서히 끓여내는 보일링 기법을 활용해 향기의 균형을 잡았다”고 귀띔했다. 지 본부장은 “배합된 소스는 첫날에 실온에 두었다 이틀째부터 2도 가량으로 냉장 저온숙성하면 3~4일 후 맛이 들고 10~15일 이후가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불도깨비소스 제작은 재료 손질부터 유리병 소독, 소스 배합과 포장, 숙성과정까지 100%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앞으로 이벤트, 펀딩, 판매, 쉐프 교실까지

 

시장은 10월 27일부터 열리는 도깨비할로윈 시작 전에 시장 내 모든 점포에 한정판 소스 한 병씩을 비치해서 고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30일에는 이벤트 부스를 열고 대대적으로 불도깨비 소스 홍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안에 온라인 펀딩을 통한 시장 알리기도 기획 중이다.

소스는 내년부터 본격적 생산에 돌입한다. 판매는 기본적으로 공릉동 도깨비시장 안에서만 진행될 예정이며, 온라인 판매는 공릉동101 앱을 통해 이루어질 전망이다.

시장 상인들과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추후 쉐프코리아 등과 협업하여 고로케, 꼬치류 등 시장 식재료를 활용한 쉐프 교실 운영, 각종 이벤트 및 소스 활용 레시피 대회 개최 등도 고려되고 있다.

 

마을에서 먼저 사랑 받는 소스가 되길

 김동환 로컬랩 대표는 “특히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며 “공릉동을 알리는 일이 불도깨비소스 하나로 단박에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첫단추를 끼우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이번 출시로 한 걸음 성큼 내딛었다고 생각한다”며 “대량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보다 공릉동 홍보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공릉동의 아이덴티티를 갖춘 제품과 프로그램 들이 꾸준히 개발되었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임병수 시장 육성사업단장은 “로컬 브랜드 성장은 마을 사람들의 사랑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임 단장은 “무엇보다 마을에서 관심을 갖고 먼저 소스를 사랑해 주셔야 외부에도 많이 알려지고 판매가 확산할 수 있다”며 “마을 사람들이 발로 뛰면서 열정을 갖고 만든 불도깨비 소스가 시장과 지역 발전의 지렛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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