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정해원 마을기술센터 핸즈>“친환경···각자 불편함 감수 결심하는 과정”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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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미래를 해치지 않아도 편리

간단한 것 직접 만들고 고쳐 쓸 수 있어

교육 통해 삶의 습관 전환해야 하는 순간

 

 

 

경춘선숲길 바로 옆 도깨비시장 입구에 있는 60㎡ 규모의 그의 작업장엔 온갖 재미난 것들이 가득하다. 태양광을 이용한 장난감 자동차와 손발전기를 이용한 음향기기, 손으로 부지런히 돌려야 작동하는 선풍기, 머리로 생각한 것들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3D 프린터와 목공장비까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 안에서 놀다가 해 지는 줄 모를 지경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최첨단 기술만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를 편하게 하는 적정한 기술을 고민하고 가르치는 곳입니다.”

 

안마을신문이 지난 21일 오전 마을기술센터 핸즈에서 정해원 대표를 만났다.

 

정해원 대표는 적정기술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자전거를 들었다.

 

“오토바이도 있고 자동차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이용하잖아요. 주위를 돌아보면 자전거만으로도 충분하거든요.”

 

자전거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걷는 것보다는 훨씬 편리하다. 게다가 급할 때는 들어서 옮길 수도 있고 고장 나면 어렵지 않게 고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필요한 것을 간단하게 만들어 쓰는 DIY 문화도 적정기술이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현대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각 분야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환경에 더 좋다는 설명이다.

 

“배달음식은 이제 우리에게 일상이 됐어요. 하지만 그게 환경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잖아요. 음식은 집에서 해 먹는 것이 가장 환경친화적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가서 먹고 올 수도 있고 포장해서 가져올 수도 있고 방법은 다양합니다. 다만 우리가 얼마나 불편함을 감수할 것인지 한번 고민해보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작정 편하게 사는 것이 옳은지, 친환경을 이유로 궁상맞게 사는 것은 아닌지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지점이다.

 

요즘엔 기후 우울증이라는 표현도 있다. 지구 환경 위기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실천도 극단으로 가고 우울증까지 온다는 것이다.

 

“어떤 기후위기 활동가는 ‘2030년까지 열심히 활동해 보고 그래도 변화가 없다면 그 후엔 막살겠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절실함은 이해하지만 이 역시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친환경 활동은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즐겁게 오랫동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도 공포감이나 절망감이 아닌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구요.”

 

정 대표는 “우리가 깨끗하고 편하게 살고 있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의미”라며 “궁극적으로 잘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우리가 에너지를 아무리 넉넉하게 써도 지구가 충분히 버텨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어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요. 결국은 교육을 통해 삶의 습관을 전환해야 하는 순간이에요.”

 

정 대표는 아직도 어떻게 하는 것이 지구를 살리는 방법인지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이 없다며 태양광에너지든, 수소에너지든 나름의 장단점이 있으므로 다양한 모델을 꼼꼼히 검토하고 실험하며 그 기록을 공개함으로써 시행착오를 통해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해원 대표는 대학원에서 과학사를 공부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과학의 발전이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궁극적으로 과학기술이 사회에서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안학교 교사를 거쳐 2014년 ‘핸즈’를 창업해서 적정기술을 통해 내 손으로 에너지를 만들고 아끼는 방법을 시민과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정 대표는 노원환경재단 에너지제로아파트에 입주하면서 노원구와 인연을 맺었다.

 

“2019년 저희 가족은 에너지분야 준전문가 자격으로 입주했어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공동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역할이었어요. 거기에 살면서 노원구가 살기에 정말 좋다고 느끼고 2년 뒤 이 동네 자리 잡게 됐죠.”

 

정 대표는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마을과 교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시장 상인이나 마을 사람들이 공간이나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공개강좌 등을 통해 마을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친환경은 결국 우리가 얼마나 불편함을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각자의 결심에서 시작하는 문제입니다. 핸즈는 거기에 과학기술을 매개로 함께 체험하며 고민해보는 곳이죠.”

 

강봉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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