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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어린이식당 시작 “함께 먹으니 훨씬 맛있어요”···첫 회 성공적 마무리

강봉훈
2024-12-05
조회수 54


 

 

나눔과이음이 준비

마을 사람들 다함께 진행

야채·달걀·고추장 넣고 쓱쓱

친구와 함께 한그릇 뚝딱

서로 배우는 모습 대견

 

 

오후 4시. 아이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저학년도 있고 친구들끼리 온 고학년도 눈에 띈다. 배식대에서는 마을 어른들이 나란히 서 있다. 각자 가지고 온 그릇에 먼저 밥을 뜨고 작은 그릇에 국을 받고 나면 그 위에 콩나물, 유부, 느타리버섯, 호박, 당근 그리고 달걀 프라이가 올라간다. 자리에 가면 고추장과 참기름이 기다리고 있다.

 

친구끼리 온 아이도, 엄마와 온 아이도 고추장, 참기름을 듬뿍 두르고 쓱쓱 비벼서 먹는데 다들 ‘우와 맛있다’를 연발한다.

 

“엄마가 해준 것보다 훨씬 맛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어린이식당을 꿈꾼 것은 벌써 오래됐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5월 일본 어린이식당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센터장 이승훈·공터)를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정도면 우리도 할 수 있겠는데요.”

 

일본의 사례를 들어보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을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모아 함께 밥 먹는 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자주 하지도 않거니와 큰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되겠다는 설명을 듣고 우리도 못할 것이 없다는 데 생각이 모아졌다.

 

꿈마을공동체회의를 통해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단체 카톡방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어릔이식당 작은숲’. 어릔이는 어른+어린이의 합성어. 그리고 회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진행할 방법을 모았다.

 

첫 일정은 11월 20일, 공터에서 열기로 했고 고추장 담그기를 비롯해 각종 먹거리 교육을 진행하는 ‘나눔과이음’(대표 조재희)에서 맡아 진행하기로 했다. 메뉴는 비빔밥. 여러 가지 재료가 어울려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의미를 담아 정했다.

 

마을 사람들은 행사 2주 전 미리 모여 고추장을 담았다. 비빔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재료. 고추장은 먹기 2주 전쯤 담가서 숙성시켜야 더 맛있기 때문이다.

 

당일. 12시쯤이 되자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나눔과이음 소속 활동가들은 요리 도구를 한 짐 실어 왔다. 넉넉히 어린이를 위한 60인분, 봉사자 등 어른들을 위한 40인분 등 100인분을 준비하기로 했다.

 

도깨비시장 주부상회(대표 김종호)는 필요한 참기름, 들기름, 계란을 후원했다. 다드림교회(목사 김병년)는 현금, 장영미 공릉2동장과 오금란 서울시의원은 후식으로 먹을 귤을 후원했다. 마디상회(대표 김혜정)는 테이블 장식과 귤을 넣을 바구니를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쌀을 씻어 밥을 짓고 애호박, 당근은 씻은 후 채 썰어서 준비했다. 콩나물과 느타리버섯은 데쳐서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뺐다.

 

애호박과 당근, 콩나물과 느타리버섯을 볶아주고 유부는 약불에 덖은 후 양념을 넣어 졸여준다. 계란은 배식을 하면서 바로 들기름에 프라이를 하기로 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고기반찬만 찾는 요즘 아이들이지만 반찬 투정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안 먹는 거라며 호박이나 당근을 골라내는 아이는 더욱 없었다. 오히려 너무 맛있다며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었다고 얘기했다. 함께 온 엄마도 ‘이렇게 잘 먹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놀랐다. 집에서는 형제가 없는 아이들. 마을에서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 배우는 모습이다.

 

친구끼리 온 아이들은 수다 삼매경이다. 마을에서 어른들이 만들어준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그냥 기분 좋은 일’이다.

 

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친구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바람에 애초 계획했던 50명에서 10명이나 더 왔다.

 

이날 참가한 어린이는 “친구, 언니들과 먹어서 더 즐거웠다”며 “이런 기회가 계속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후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평가회를 열었다.

 

평가회에서는 어린 자녀와 함께 온 부모님이 어린이 식사를 돕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모님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구상해 보기로 했다. 또 부모가 자기 자녀를 돌보는 것 보다 테이블 매니저로서 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제안됐다.

 

이외에도 자발적 기부통 마련,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침 마련 등이 제안됐다.

 

두 번째 어린이식당은 오는 18일 공터에서 한살림북서울생협 노원지구가 맡아 운영하기로 했다. 메뉴는 주먹밥.

 

강봉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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