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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백광현 노원신문 편집인> “한 사람이라도, 한 순간이라도 행복해지는 신문 만들고 싶어요”

강봉훈
2025-01-23
조회수 51


 

 

한 사람이도 억울해지면 안돼

비판 기사 쓸 때도 먼저 생각

“나는 형사도 재판관도 아니에요”

노원에서만 기자로 32년

주민과 함께 생활해야 ‘공감’

독자가 원하는 기사 찾기 과제

 

 

 

“노원 사람 누구 한 사람이라도 노원신문을 보는 그 순간만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언제나 따뜻한 신문을 꿈꿔요.”

 

노원신문이 지난 20일자로 1067호를 발간했다. 1989년 창간했으니 자그마치 36년의 세월이다. 노원신문의 실질적 경영과 취재, 편집까지 책임지고 있는 백광현 편집인을 안마을신문이 지난 17일 만났다.

 

특종 쫓는 취재는 안해요[소제목]

 

“특종을 잡기 위해 애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노원신문으로 인해 슬퍼지거나 억울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비판 기사를 쓸 때도 따끔하지만 억울하진 않게 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경찰서나 법원은 출입 안 해요.”

 

지역신문은 태생적으로 이슈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 아무리 열심히 취재하고 신문을 만들어도 독자들의 시선을 모으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사건 사고를 찾아다니기 십상이다. 더 많은 독자를 모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 지역신문에 매진해 온 백 편집인은 손사래를 쳤다.

 

“‘어느 집에 불이 났어요, 어디에 강도 사건이 났어요’하는 기사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아요. 나는 형사도 아니고 재판관도 아니에요. 정치인은 더욱 아니에요.”

 

기자가 사회를 재단하려고 하거나 판단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동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이야기, 그걸 찾아내는 것이 기자의 역할입니다. 그러려면 사람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함께 살아가고 함께 활동하고 함께 고민해야 마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취재는 기자의 의무[소제목]

 

백 편집인은 언론은 독자에게 정보를 줘야 하고 동시에 역사를 기록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자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정보와 기록입니다. 때문에 취재는 기자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에요. 그런데 기자가 모든 걸 다 취재할 수는 없으니 더 가치 있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언론의 역할을 비단 신문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되도록 노력하는 것까지 포함돼 있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상계동에서 공릉동까지 이틀간 주요 기관들을 비롯해서 아파트 단지에도 배포하고 우편으로도 보내요. 그래야 매체 영향력도 유지되고 광고를 하려는 사람도 기꺼이 돈을 쓰겠죠.”

 

노원신문···1989년 창간[소제목]

 

노원신문은 지난 1989년 공릉동을 배경으로 창간됐다.

 

“공릉동에 북부지법이 있었으니까 하나의 배경이 됐어요. 당시에 지역에서 유지들을 중심으로 돈을 모아 시작했어요.”

 

하지만 신문을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고 받기가 이어지고 사무실도 상계동으로 옮겨갔다.

 

“그러다가 당시 노원케이블방송을 운영하던 김남돈 사장이 인수했어요. 그게 1996년이에요. 당시에 김남돈 사장이 신문 운영에 몇 억씩 쓰고 그랬어요.”

 

지역신문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기 전이었다. 누군가 독지가의 참여가 절실한 순간이었다.

 

1993년, 노원과 인연[소제목]

 

서울시립대학교 85학번인 백 편집인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연극계로 뛰어들었다.

 

“연기를 한 건 아니고 조연출과 집단창작 극본, 기획을 맡았어요. 어린 나이에 투자자 모으고 배우 모으고 해서 연극제에 출품하기도 했죠.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나니 주머니에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

 

백 편집인은 사회 경험을 더 쌓아야 되겠다 생각했다. 그 방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자가 되기로 하고 알아보던 중 눈에 띈 게 노원에 있는 마들신문이었다. 1993년, 노원과 인연을 맺는 순간이었다.

 

“첫 회사에서는 금방 퇴사하고 경력을 조금 더 쌓은 뒤 노원우리신문을 창간했어요.”

 

노원우리신문은 나름 잘 됐다. 하지만 IMF의 파도를 넘지 못했다. 거기에 사기까지 당했다. 그러다가 노원방송에 입사한 것이 99년이다.

 

“그때 김남돈 사장이 큰 병을 앓으면서 노원방송을 팔았어요. 그 과정에서 노원신문을 별도로 분리해 실질적인 운영은 내가 맡기로 하고 소유주인 김남돈 사장은 발행인을 맡고 있는 거예요.”

 

이후 사실상 운영은 백광현 편집인이 맡고 있다.

 

“노원신문의 모토가 ‘별을 찾는 희망 돋보기’예요. 돋보기는 멀어서 안 보이는 것도, 작아서 안 보이는 것도 보이게 하거든요. 앞으로도 한 사람이라도, 단 한 순간이라도 행복해지는 신문, 따뜻한 신문을 만들고 싶어요.”

 

강봉훈 기자

<사진 설명>

“언론의 역할은 신문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거예요.” 백광현 편집인은 매주 월·화요일 직접 노원구 전 지역을 돌며 신문을 배포한다.

백 편집인이 취재 현장에서 벼베기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돋보기는 멀어서 안 보이는 것도 작아서 안보이는 것도 볼 수 있게 하거든요.” 백 편집인은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는 신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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