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를 먼저 떠나보낸 아픔
청년을 위한 도서관으로 치료할 것
10여년 교직 경험, 세계 문화 경험
모두 녹여낸 공간으로 만들고파
더 이상 아픔 겪는 청년 없었으면

“청년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최소한의 비용으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음료도 마시고 끼니도 때울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어요.”
공릉동 구길 공릉보건지소 바로 옆 건물 3층에 청년을 위한 공간 김수민도서관이 3월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도서관 옆에는 음료와 피자를 즐길 수 있는 카페 공간도 함께 마련된다.
공간을 준비 중인 사람은 최덕호, 윤정희 부부. 안마을신문이 지난 10일 내부 준비가 한창인 현장을 찾아 이들을 만났다.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조카 김수민을 기념하기 위해 김수민도서관으로 부르기로 했어요. 지난 2022년 5월 사랑하던 조카가 떠나갔는데 ‘우리가 젊은이들을 위해서 무얼 할 수 있을까?’를 3년 동안 고민해서 이 공간을 만들기로 했어요.
최덕호, 윤정희 부부는 젊은 시절 같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부부교사였다. 체육 선생님과 역사 선생님으로 1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쳤다.
“10여 년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1990년대, 교실 붕괴가 심각했어요. 그래서 교직을 그만두고 지인의 소개로 아프리카 가나에서 봉사활동을 4년 정도 했어요.”
그리고 다시 국내로 돌아온 것이 2000년. 그런데 오랜 해외 생활은 아이들의 적응에 어려움을 줬다.
“국내 생활 한 3년만에 다시 캐나다 밴쿠버로 갔어요. 거기서 한 7년 살면서 아이들도 키웠죠. 그 시절이 조기 유학이 아주 유행이던 시기여서 한국인 유학생이 많았는데 이들을 상대로 영어학원을 했습니다.”
밴쿠서 생활 중 또 세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다시 한국행을 선택했다.
“국내에 돌아온 뒤에는 교사 경험을 살려서 축구를 중심으로 한 기숙사 대안학교를 열었어요.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크게 변하는 것을 체험했거든요. 하지만 비인가 대안학교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문을 닫고 농어촌공사에서 인턴직으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조카의 비보를 들었다.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래가 촉망받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우울증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사건이 터졌고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나는 ‘남은 자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생각만 했어요.”
그리고 또 2년 여가 흘렀다.

“이제 아이들도 다 독립하고 은퇴할 나이가 됐는데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정한 게 청년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거예요.”
그 사이 또 꽃다운 나이의 청년의 죽음이 또 신문 지면을 덮었다.
“제 인생에 가장 슬픈 날이 수민이가 떠나간 날과 서이초 교사가 떠나간 날이에요. 서이초 교사도 당시 겨우 23살이었어요. 자살로 죽는 청년이 교통사고에 이어 두 번째로 많데요. 청년을 위한 관심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공간, 어르신을 위한 공간은 이미 많지만 청년을 위한 공간은 많지 않다.
“청년들이 언제든 찾아와서 맘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 돈 걱정을 하지 않고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을 만들기로 했어요.”
최, 윤 부부는 적은 비용으로 넉넉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이 자리가 제일 싸기도 했고 무엇보다 교회가 있었던 자리여서 부엌 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데 와서 보니 우리의 대상이 되는 청년들도 정말 많이 살고 있고 무엇보다 마을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이라고 해서 정말 놀랐어요.”
우연한 기회에 한 지인이 꿈마을공동체 김병호 공동대표를 소개해 줬고 그를 통해 도서관을 채울 책이 필요하다는 글을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책을 보내겠다는 사람도 많았고요.”
3월 오픈을 위한 준비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아무 부담 없이 맘껏 찾아와서 공부하고 쉬고 편안하게 이용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년들이 진로 문제 등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이 될만한 강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볼 계획이에요. 나아가 이들이 주체가 돼서 사회에 대한 목소리도 낼 수 있는 싱크탱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최, 윤 부부는 도서관 공간은 완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음료는 무료를 원칙으로 하되 자발적 기부금으로 1000원 정도 받을 계획이다.
“그래도 식사가 될 만한 것을 제공해야겠다고 고민하다가 직접 피자를 굽기로 했어요. 벌써 시식까지 다 거쳤는데요 최소한의 재료비 수준에서 2000원의 기부금을 받을 생각이에요.”
하지만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사회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
“그럼요.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후원금을 내 주시면 제일 좋죠. 그리고 청년들이 읽을만한 책도 기부해 주면 좋고요. 마을과 함께 청년을 후원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강봉훈 기자
<사진 설명>
1. 최덕호, 윤정희 부부가 도서관 오픈을 위한 준비를 멈추고 잠시 포즈를 취했다. 많은 청년들이 이용해 주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밝혔다.
2. 최덕호 씨가 내일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가장 자유롭고 편안하게 공부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3. 도서관 오픈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아직 비어 있는 책꽂이가 눈에 띈다. 최, 윤 부부는 청년들을 위해 좋은 책을 많이 기부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카를 먼저 떠나보낸 아픔
청년을 위한 도서관으로 치료할 것
10여년 교직 경험, 세계 문화 경험
모두 녹여낸 공간으로 만들고파
더 이상 아픔 겪는 청년 없었으면
“청년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최소한의 비용으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음료도 마시고 끼니도 때울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어요.”
공릉동 구길 공릉보건지소 바로 옆 건물 3층에 청년을 위한 공간 김수민도서관이 3월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도서관 옆에는 음료와 피자를 즐길 수 있는 카페 공간도 함께 마련된다.
공간을 준비 중인 사람은 최덕호, 윤정희 부부. 안마을신문이 지난 10일 내부 준비가 한창인 현장을 찾아 이들을 만났다.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조카 김수민을 기념하기 위해 김수민도서관으로 부르기로 했어요. 지난 2022년 5월 사랑하던 조카가 떠나갔는데 ‘우리가 젊은이들을 위해서 무얼 할 수 있을까?’를 3년 동안 고민해서 이 공간을 만들기로 했어요.
최덕호, 윤정희 부부는 젊은 시절 같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부부교사였다. 체육 선생님과 역사 선생님으로 1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쳤다.
“10여 년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1990년대, 교실 붕괴가 심각했어요. 그래서 교직을 그만두고 지인의 소개로 아프리카 가나에서 봉사활동을 4년 정도 했어요.”
그리고 다시 국내로 돌아온 것이 2000년. 그런데 오랜 해외 생활은 아이들의 적응에 어려움을 줬다.
“국내 생활 한 3년만에 다시 캐나다 밴쿠버로 갔어요. 거기서 한 7년 살면서 아이들도 키웠죠. 그 시절이 조기 유학이 아주 유행이던 시기여서 한국인 유학생이 많았는데 이들을 상대로 영어학원을 했습니다.”
밴쿠서 생활 중 또 세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다시 한국행을 선택했다.
“국내에 돌아온 뒤에는 교사 경험을 살려서 축구를 중심으로 한 기숙사 대안학교를 열었어요.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크게 변하는 것을 체험했거든요. 하지만 비인가 대안학교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문을 닫고 농어촌공사에서 인턴직으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조카의 비보를 들었다.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래가 촉망받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우울증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사건이 터졌고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나는 ‘남은 자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생각만 했어요.”
그리고 또 2년 여가 흘렀다.
“이제 아이들도 다 독립하고 은퇴할 나이가 됐는데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정한 게 청년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거예요.”
그 사이 또 꽃다운 나이의 청년의 죽음이 또 신문 지면을 덮었다.
“제 인생에 가장 슬픈 날이 수민이가 떠나간 날과 서이초 교사가 떠나간 날이에요. 서이초 교사도 당시 겨우 23살이었어요. 자살로 죽는 청년이 교통사고에 이어 두 번째로 많데요. 청년을 위한 관심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공간, 어르신을 위한 공간은 이미 많지만 청년을 위한 공간은 많지 않다.
“청년들이 언제든 찾아와서 맘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 돈 걱정을 하지 않고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을 만들기로 했어요.”
최, 윤 부부는 적은 비용으로 넉넉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이 자리가 제일 싸기도 했고 무엇보다 교회가 있었던 자리여서 부엌 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데 와서 보니 우리의 대상이 되는 청년들도 정말 많이 살고 있고 무엇보다 마을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이라고 해서 정말 놀랐어요.”
우연한 기회에 한 지인이 꿈마을공동체 김병호 공동대표를 소개해 줬고 그를 통해 도서관을 채울 책이 필요하다는 글을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책을 보내겠다는 사람도 많았고요.”
3월 오픈을 위한 준비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아무 부담 없이 맘껏 찾아와서 공부하고 쉬고 편안하게 이용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년들이 진로 문제 등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이 될만한 강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볼 계획이에요. 나아가 이들이 주체가 돼서 사회에 대한 목소리도 낼 수 있는 싱크탱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최, 윤 부부는 도서관 공간은 완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음료는 무료를 원칙으로 하되 자발적 기부금으로 1000원 정도 받을 계획이다.
“그래도 식사가 될 만한 것을 제공해야겠다고 고민하다가 직접 피자를 굽기로 했어요. 벌써 시식까지 다 거쳤는데요 최소한의 재료비 수준에서 2000원의 기부금을 받을 생각이에요.”
하지만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사회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
“그럼요.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후원금을 내 주시면 제일 좋죠. 그리고 청년들이 읽을만한 책도 기부해 주면 좋고요. 마을과 함께 청년을 후원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강봉훈 기자
<사진 설명>
1. 최덕호, 윤정희 부부가 도서관 오픈을 위한 준비를 멈추고 잠시 포즈를 취했다. 많은 청년들이 이용해 주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밝혔다.
2. 최덕호 씨가 내일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가장 자유롭고 편안하게 공부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3. 도서관 오픈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아직 비어 있는 책꽂이가 눈에 띈다. 최, 윤 부부는 청년들을 위해 좋은 책을 많이 기부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