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지역 도서관에 책 납품
수익 30% 독서 생태계에 기부
나머지 수익 조합 서점에 배당
인문사회과학 서점 ‘논장’ 운영 경험
서점 운영의 본질은 ‘문화’ 깨달아

“서점은 책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곳입니다”
안마을신문은 지난달 26일 마을 책방 지구불시착에서 이재필 서점협동조합 '마들' 이사장을 만났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 이사장은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점은 이미 역할이 끝났다는 이야기는 한두 해 된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서점의 역할을 ‘책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제한한다면 맞는 말이지만 이제는 서점의 본질을 다시 새겨봐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이 이사장은 마을과 서점을 연결하는 방식과 지역 서점이 생존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서점은 책을 매개로 한 소통의 공간이고 마을 공동체 활동의 구심점이 돼야 하는 공간이에요. 때문에 책 판매를 넘어서는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해요.”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서점협동조합 마들이다.

“도서관은 물론 시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때문에 공공이 도서관을 만들고 세금을 들여 운영하는 거예요. 하지만 도서관이 그 지역사회에서 서점들의 운영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거든요.”
서점협동조합 ‘마들’은 지난 2014년 노원 지역 서점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단체다. 조합은 지역 도서관과 학교에 책을 납품하고 그 수익의 30%를 지역 독서 생태계에 기부하고 나머지 수익은 조합 서점에 배당금 형태로 돌려준다.
“이런 변화로 작은 서점도 운영에 조금 숨통이 트였을 겁니다. 덕분에 지역사회나 마을 공동체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 거죠.”
이 이사장은 공공이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시설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그런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민간영역이 있다면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시설은 공공이 제공할 때도 그 운영이나 서비스를 채워가는 역할은 민간이 맡도록 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영향이 최소한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이사장은 공공과 민간이 상생하는 모델로 서점도 공공성에 기여하는 만큼 공공이 서점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모델 가운데 하나가 공공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지원사업이다.
이 이사장은 성균관대 앞에서 인문사회학 서점 ‘논장’을 운영했었다.
“당시 논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자 후배를 좋아했거든요. 그때 잘 보이려고 맨날 가서 책 보고 하다가 거기 사장님이 조합을 만들어서 서점을 운영해 보라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렇게 서점과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던 후배와의 인연은 어긋나고 말았다.
그는 당시 이적 표현물 판매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되기도 했었다.
“당시 검찰에서 ‘교보니, 종로서적이니 다 파는 책인데 왜 문제냐’고 따졌더니 수사관이 ‘거기는 책만 팔았지만 너희는 문화를 팔았잖아’라고 하더라고요.”
이재필 이사장은 그때 서점의 본질이 "문화"임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2000년대 초반, 10년 가까이 운영하던 논장을 문 닫고 6년 동안 다를 일을 하던 그는 다시 노원문고에서 일하면서 또 서점과 인연을 맺었다.
“노원문고에서 또 10년 정도 일하면서 서점협동조합 마들도 그때 만들었어요.”
이후 건강에 문제가 생겨 큰 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틀에 한 번 병원에 가야 하지만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 중에는 스스로 최강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어서 사람들도 잘 몰라요.”

이 이사장은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대학이나 지역사회와 다양한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점협동조합 일 말고도 여러 가지 일을 해요. 서점을 하면서 알게 된 네트워크가 있어서 도서 유통 방면에도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요 대학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요 대학 도서관의 수서 목록 작업을 대신해 주기도 해요. 한 2년 전부터는 동네 책방들이 다양한 문화행사 등을 할 때 후기를 SNS에 올려주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이 이사장은 서점협동조합 마들이 3년 전 화랑문고로 이사 오면서 공릉동과 인연을 맺게 됐다며 독립책방 지구불시착, 책인감과 함께 독서문화생태계의 한 주체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강봉훈 기자
<사진 설명>
1. 이재필 이사장은 두 시간 가까이 인터뷰하는 동안 이틀에 한 번 병원에 가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2. 이재필 이사장이 서점협동조합 마들 소속 서점 마들문고 서가 정리 지원해 주고 있는 모습.(사진 제공=이재필)
3. 화랑도서관에서 진행된 김미옥 작가와의 대화 북토크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사진 제공=이재필)
학교·지역 도서관에 책 납품
수익 30% 독서 생태계에 기부
나머지 수익 조합 서점에 배당
인문사회과학 서점 ‘논장’ 운영 경험
서점 운영의 본질은 ‘문화’ 깨달아
“서점은 책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곳입니다”
안마을신문은 지난달 26일 마을 책방 지구불시착에서 이재필 서점협동조합 '마들' 이사장을 만났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 이사장은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점은 이미 역할이 끝났다는 이야기는 한두 해 된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서점의 역할을 ‘책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제한한다면 맞는 말이지만 이제는 서점의 본질을 다시 새겨봐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이 이사장은 마을과 서점을 연결하는 방식과 지역 서점이 생존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서점은 책을 매개로 한 소통의 공간이고 마을 공동체 활동의 구심점이 돼야 하는 공간이에요. 때문에 책 판매를 넘어서는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해요.”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서점협동조합 마들이다.
“도서관은 물론 시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때문에 공공이 도서관을 만들고 세금을 들여 운영하는 거예요. 하지만 도서관이 그 지역사회에서 서점들의 운영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거든요.”
서점협동조합 ‘마들’은 지난 2014년 노원 지역 서점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단체다. 조합은 지역 도서관과 학교에 책을 납품하고 그 수익의 30%를 지역 독서 생태계에 기부하고 나머지 수익은 조합 서점에 배당금 형태로 돌려준다.
“이런 변화로 작은 서점도 운영에 조금 숨통이 트였을 겁니다. 덕분에 지역사회나 마을 공동체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 거죠.”
이 이사장은 공공이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시설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그런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민간영역이 있다면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시설은 공공이 제공할 때도 그 운영이나 서비스를 채워가는 역할은 민간이 맡도록 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영향이 최소한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이사장은 공공과 민간이 상생하는 모델로 서점도 공공성에 기여하는 만큼 공공이 서점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모델 가운데 하나가 공공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지원사업이다.
이 이사장은 성균관대 앞에서 인문사회학 서점 ‘논장’을 운영했었다.
“당시 논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자 후배를 좋아했거든요. 그때 잘 보이려고 맨날 가서 책 보고 하다가 거기 사장님이 조합을 만들어서 서점을 운영해 보라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렇게 서점과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던 후배와의 인연은 어긋나고 말았다.
그는 당시 이적 표현물 판매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되기도 했었다.
“당시 검찰에서 ‘교보니, 종로서적이니 다 파는 책인데 왜 문제냐’고 따졌더니 수사관이 ‘거기는 책만 팔았지만 너희는 문화를 팔았잖아’라고 하더라고요.”
이재필 이사장은 그때 서점의 본질이 "문화"임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2000년대 초반, 10년 가까이 운영하던 논장을 문 닫고 6년 동안 다를 일을 하던 그는 다시 노원문고에서 일하면서 또 서점과 인연을 맺었다.
“노원문고에서 또 10년 정도 일하면서 서점협동조합 마들도 그때 만들었어요.”
이후 건강에 문제가 생겨 큰 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틀에 한 번 병원에 가야 하지만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 중에는 스스로 최강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어서 사람들도 잘 몰라요.”
이 이사장은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대학이나 지역사회와 다양한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점협동조합 일 말고도 여러 가지 일을 해요. 서점을 하면서 알게 된 네트워크가 있어서 도서 유통 방면에도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요 대학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요 대학 도서관의 수서 목록 작업을 대신해 주기도 해요. 한 2년 전부터는 동네 책방들이 다양한 문화행사 등을 할 때 후기를 SNS에 올려주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이 이사장은 서점협동조합 마들이 3년 전 화랑문고로 이사 오면서 공릉동과 인연을 맺게 됐다며 독립책방 지구불시착, 책인감과 함께 독서문화생태계의 한 주체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강봉훈 기자
<사진 설명>
1. 이재필 이사장은 두 시간 가까이 인터뷰하는 동안 이틀에 한 번 병원에 가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2. 이재필 이사장이 서점협동조합 마들 소속 서점 마들문고 서가 정리 지원해 주고 있는 모습.(사진 제공=이재필)
3. 화랑도서관에서 진행된 김미옥 작가와의 대화 북토크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사진 제공=이재필)